‘친정엄마와 2박3일’ 50세 배우 전미선, 공연 당일 호텔에서 극단적 선택

입력 2019-06-29 14:29 수정 2019-06-29 17:54

배우 전미선(50)이 29일 전북 전주의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호텔 객실 화장실에서 전미선이 숨져 있는 것을 매니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매니저는 이날 전미선과 연락이 닿지 않자 호텔 측에 양해를 구해 객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미선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 도착전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객실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미선은 이날 오전 1시쯤 해당 호텔에 체크인한 뒤 혼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미선이 스스로 목을 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소속사 보아스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배우 전미선 씨가 올해 나이 50세로 유명을 달리했다”면서 “평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 왔다”고 밝혔다.


전미선은 이날 오후 2시와 6시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무대에 설 예정이었다.

그녀는 2009년부터 연극 ‘친정 엄마와 2박3일’에서 강부자(78)와 모녀가 돼 연기했다. 이 연극은 혼자 잘나서 잘 사는 줄 알던 깍쟁이 딸 ‘미영’(전미선)과 딸을 낳은 것이 세상 살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는 ‘친정엄마’(강부자)가 시한부 ‘미영’의 죽음을 앞두고 2박3일을 함께 보내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10여년간 함께 공연하며 친모녀 못지않은 정을 쌓았다. 전미선의 아들도 강부자를 ‘할머니’라고 부르며 따랐을 정도다.


주최 측은 “오후 2시 공연은 주연배우의 심대한 일신상의 사유로 전격 취소됐다”며 “관객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입장권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환불 조치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6시 공연과 30일 오후 2시 공연에는 다른 연기자가 무대에 오르게 된다.

전미선은 불과 나흘 전인 25일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7월24일 개봉) 제작보고회에 참석, 밝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2003) 이후 영화배우 송강호(52), 박해일(42)과 16년여 만에 다시 만나 기대를 모았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느낌이 거의 똑같다”며 “더 의지한다. 든든하게 받쳐주는 두 사람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헌왕후 역을 맡아 기대를 모았던 영화 ‘나랏말싸미’도 내달 24일 개봉 예정이었다. 자신이 연기한 소헌왕후와 관련한 생애 마지막 인터뷰에서 “‘세종대왕’(송강호)과 ‘신미스님’(박해일)의 중간 역할을 한다”며 “여장부처럼 두 남자를 더 크게 만드는 분이 소헌왕후”라고 설명했다.

9월 방송예정인 KBS 2TV 새 월화극 ‘조선로코-녹두전’에서는 기방의 행수인 ‘천행수’ 역으로 캐스팅된 상태다. 하반기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 상황에서 전미선의 극단적 선택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좋은 작품 많이 보여주셨는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온라인 상에서 애도의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전미선은 아역 탤런트 출신이다. 1986년 MBC TV ‘베스트셀러 극장-산타클로스는 있는가’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2010), ‘로얄 패밀리’(2011), ‘해를 품은 달’(2012), ‘마녀의 법정’(2017),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번지 점프를 하다’(2001), ‘마더’(2009), ‘숨바꼭질’'(2013),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2017) 등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출연작은 4월 막을 내린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위한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