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러 정상회담 지연, 특정 국가의 잘못도, 예의 문제도 아니다”

입력 2019-06-29 03:30

청와대가 29일 한·러 정상회담이 2시간 가량 지연된 것과 관련해 “양자 간의 예의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다자회의와 만찬 일정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정이 늦춰진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러 정상회담은 원래 지난 28일 오후 10시45분에 열리기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2시간 가량 지연된 29일 오전 12시36분에 시작됐다. 회담이 다음날로 밀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28일 저녁에 있었던 G20 정상만찬과 문화공연이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게 끝나면서 일정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한·러 정상회담 직전에 예정됐던 러시아와 프랑스의 정상회담도 늦어졌다. 러·프 정상회담은 원래 28일 오후 10시15분부터 30분간 예정돼 있었으나 오후 10시55분이 되자 비로소 시작됐다. 러시아와 프랑스 정상의 만남은 예정보다 1시간35분 가량 늦은 29일 오전 12시20분에 끝났다. 결국 한·러 정상회담은 이날 오전 12시36분에 시작했다. 확대 회담은 오전 1시21분에 끝났고 8분간 단독회담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을 마치고 참모들에게 “사상 초유의 심야 정상회담인가요? 허허허…”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지시간으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약 2시간 늦은 것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러시아가 한국에 결례를 범한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러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을 만나 “(G20 정상회의의 경우) 다국의 정상회담이 와있는 상황에서 양자가 만나는 것”이라며 “전체 일정이 원래 약속된 시간대로 진행되고 그 진행순에 따라 양자회담이 연쇄되어서 진행된다”고 했다. 이어 “공연과 만찬 시간이 한시간 정도 늦어졌다. 이어진 러·프 정상회담이 지속적으로 늦어져 외교부가 러시아랑 실무적으로도 협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도 “러시아가 우리 측에 계속 설명을 해왔다“며 문 대통령은 호텔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러·프 회담이 끝난 직후 출발해 회담을 했다. 상황의 문제이지 어떤 나라의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러 양국 모두 늦더라도 회담을 하자는 의지가 강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밝힌 비핵화 관련 속내는 8분간 이뤄진 한·러 정상 단독회담에서 공유됐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북·러 회담 이후 대략적인 내용을 전해 들었다”며 “다만 푸틴 대통령의 입으로 김 위원장과 나눈 이야기를 생생하게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는 점에서 이번 한·러 정상회담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사카=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