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의 임종헌 USB 압수절차 적법”…양승태 ‘시간끌기’ 전략 제동

입력 2019-06-28 17:41 수정 2019-06-28 18:56
왼쪽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 뉴시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직 사법부 수뇌부의 ‘시간끌기’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검찰 측 핵심 증거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 대해 위법하게 확보된 압수품이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2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의 USB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위반행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전제로 앞으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의 USB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위법했다는 양 전 대법원장 등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양 전 원장 등은 검찰이 지난해 7월 2차례 임 전 차장의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USB가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당시 확보된 USB에서는 임 전 차장 퇴임 전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8600여건이 담겨 있었다. 이 문건들은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의 주된 근거가 됐다.

양 전 원장 등은 USB 압수절차가 위법한 만큼 여기에서 나온 행정처 문건을 토대로 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법 절차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독수독과 이론’(독이 든 나무에서는 독이 든 열매가 나온다)을 내세운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검사가 압수수색을 하면서 임 전 차장에게 영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장에 적히지 않은 물건을 압수하거나 압수 장소가 아닌 곳에서 압수절차가 이뤄졌다고 했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이 없는 정보를 압수했고 압수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재판부는 반대되는 사실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기 전에 검사가 임 전 차장에게 영장을 제시했고, 임 전 차장이 영장을 검토해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영장은 ‘외부 저장장치에 저장된 이 사건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를 압수 대상 물건으로 기재했고, 압수한 8635개 파일은 이에 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임 전 차장은 1차 압수수색 영장집행 과정에서 확보된 8635개 파일에 대해서는 임의제출동의서를 작성했고, 2차 집행 과정에서는 변호인이 참여했다”며 일축했다.

앞서 임 전 차장도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이 USB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지난 4월 “임 전 차장 진술에 의해 USB가 사무실에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며 임 전 차장의 주장을 배척하고 USB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