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석방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다음날 벌어진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 다음 달 예정된 총파업 강경투쟁 기조를 변함없이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지도부들 역시 “정부가 민주노총을 ‘졸(卒)’로 보고 있다”며 격앙된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노총은 28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 제2체육관에서 단위사업장 대표자 회의를 개최했다. 전날 보석 석방된 김 위원장을 비롯해 지도위원과 전국의 민주노총 소속 단위사업장 대표자 8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자신의 보석 석방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대신 “2019년 7월을 멈춰선 한국사회 개혁이 다시 가동되는 역사로 만들어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18일 전체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김 위원장 석방에도 불구하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회의 시작에 앞서 천영세 지도위원은 “(김 위원장 구속) 다음 날 지도위원들이 모여 ‘정권이 민주노총을 졸로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고 분노했다”면서 “여러 동지가 결의하면 졸이 바뀌고 정세가 바뀔 것”이라고 발언했다. 단병호 지도위원 역시 “김 위원장 구속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성격을 명확히 알 수 있게 됐다”며 “좌고우면할 시기가 아니라 노동자의 길, 노동운동의 길이 뭔지 여러분의 힘과 마음을 모아 나아갈 때”라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보석 석방과 관련해 불편한 분위기도 일부 감지됐다. ‘총파업을 앞두고 지도부가 정부와 타협하려는 것 아니냐’는 내부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가 지난 18일 여당 지도부에 김 위원장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본 회의 시작과 함께 관련 질문이 조합원들에게서 나오자 “구속적부심 중 재판부의 보석금 제출을 요구해 판단해서 수용했다. 보석금 ‘지불’이 아니라 (향후 돌려받을 수 있는) ‘제출’”이라고 말했다. 탄원서 관련해서는 “여당 대표에 요청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강원도의 한 공부방에서 일한다는 조합원 신모(54)씨는 “조합원들은 (김 위원장이) 차라리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다”면서 “어차피 달라질 게 없는데 보석금 1억원까지 내가면서 나올 필요가 있었나”라고 말했다.
현재 보석 신분인 김명환 위원장은 다음 달 총파업 정국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을 이끄는 과정에서 집회시위법 위반 등 혐의가 생기면 원칙적으로 법원에는 김 위원장의 보석을 직권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보석 취소가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보라 변호사는 “최근 법원이 여론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에 민주노총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 의외의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면서 “검찰이 법원에 보석 취소 신청을 할 경우 이 역시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보석 한 달 내에 이를 취소하는 건 ‘잉크도 마르기 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이르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