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무역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담판’을 앞두고 ‘반(反)보호주의’ 우군을 확보해 G20 무대를 미국 성토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시 주석이 이날 브릭스(BRICs) 5개국(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몇몇 선진국이 취하고 있는 일방적인 보호주의 무역 기조가 통상 마찰과 경제 봉쇄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들이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늘리는 가장 큰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또 “이는 우리들의 공동 이익에 악영향을 끼치고 전 세계 평화와 안정성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며 “브릭스 국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외부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내부 안정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에 대한 부담감이 점차 가중되고 있으며, 정치적 동기에 따른 무역 제한과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며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드는데 브릭스 국가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주요 매체들도 대미 총공세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논평 등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등 경제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인민일보는 “미국 일부 인사들은 또다시 관세로 중국을 위협해 무역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한다”며 “지난 1년여간 무역 분쟁을 겪고도 높은 수위의 압박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 무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패권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이라고 촉구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페르시아의 시인 아부 루다키 시구를 인용해 “지혜로운 자는 선(善)과 평화를 추구하고, 어리석은 자는 말다툼과 전쟁에 몰두한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신화통신은 일방적인 보호주의에 맞서 서로 협력하고 공영을 추구할 때 미·중 무역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앞서 27일 오후 오사카에 도착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중·일 정상회담을 잇달아 갖고 보호무역 반대와 자유무역 공동 추진을 역설했다. 그는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G20 회의에서 국제사회에 ‘자유무역과 다국주의를 지키자’는 확실한 메시지를 함께 내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다자무역은 세계 전체의 이익과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