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를 겪는 한국 경제가 시원하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상황을 알려주는 지표는 깜짝 반등했다 곧바로 다시 꺾이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경기 상황을 알려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4개월 만에 전월 대비 ‘감소→상승’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동행지수보다 먼저 3~6개월 앞날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4월 ‘감소→상승’으로 반등에 성공했다가 5월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이 말은 깜짝 반등에 성공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곧 다시 꺾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가 재침체와 반등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자동차·조선업 등 제조업 위기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악화되는 수출 여건이 개선될 조짐이 없다. 소비와 서비스 산업 등이 그나마 힘을 내며 매달 경기를 조금씩 밀어 올리고 있지만 반등의 동력이 되기에는 약한 상태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에 따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2018년 4월 이후 이어지던 하락세가 멈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광공업생산, 서비스업생산, 건설기성, 소매판매액지수, 내수출하지수, 수입액, 비농림어업취업자수 등 7개 구성 항목이 모두 전월 대비 좋아졌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직전 3개월의 추세를 반영한다. 5월의 경우 3~5월이 기준이 된다. 3~4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두 달 연속 증가했는데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이 5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끌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생산·투자·소비 등 3대 지표가 ‘트리플 하락’ 했던 2월의 부정적인 상황이 반영 기간에서 빠진 것도 ‘반등’에 한몫을 했다.
다만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동행지수보다 앞날을 예고하는 선행지수는 5월 다시 고꾸라졌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4월 반등에 성공했지만 5월 다시 감소했다. 선행지수가 만약 제대로 먼저 움직인다면 동행지수는 이르면 다음 달 또 감소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바닥권을 헤매는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업 위기에 반도체까지 휘청거리면서 생산과 투자가 추락하고 있다. 5월 전산업생산과 광공업생산, 투자는 모두 전월 대비 하락했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능력지수가 지난 5월 10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 1971년 이후 최장(最長) 감소다.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 비율도 118.5로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재고는 물건이 잘 팔려 주문이 많을 때 쌓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수요가 없어 대기하는 ‘악성 재고’도 있다. 제조업 위기로 각 공장에 ‘악성 재고’가 쌓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소비와 서비스 산업은 선전 중이다. 하지만 전체 경기를 끌어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 5월 전월 대비 각각 0.9%, 0.1% 증가했다.
결국 한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계속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오락가락한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5월 경기 동행지수가 14개월 만에 상승했지만 선행지수가 하락해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