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개미주주’ 1만명에게 1000억원대 손해를 입힌 ‘기업사냥꾼’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우량 중소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합병한 뒤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28일 코스닥 상장사 지와이커머스의 실질 사주인 이모(62)씨, 대표 이모(44)씨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사 박모(54)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 일당은 2017년 4월 기업 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한 뒤 페이퍼 컴퍼니에 대여한 것처럼 꾸며 회사 보유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8월~2018년 12월 약 50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2016년 매출 규모 276억원으로 업계 1~2위였던 지와이커머스는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이번 검찰 수사는 지와이커머스 소액주주 40명이 지난 1월 실질 사주인 이씨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지난 4월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이씨를 두 달간 추적해 체포했다. 이씨는 소액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혀 관련 업계에서는 ‘개미도살자’로 불렸다.
검찰은 이씨가 현금성 자산이 많은 우량 중소기업을 골라 고이율의 단기사채를 동원해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기업 사냥’을 했다고 보고 있다. 단기간에 경영권을 장악한 뒤 회사 자금만 빼돌리는 식이다.
이씨의 먹잇감이 된 회사는 과다한 부채,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나 회생절차 단계를 밟았다. 주식은 거래정지돼 휴지조각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씨 일당은 그 와중에도 벤츠 마이바흐 등 고가의 외제차를 회사 명의로 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2011년에도 인네트와 핸드소프트라는 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해 각각 200억원, 29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16년 IT 부품업체 레이젠, 2017년에는 초정밀 부품 제조사 KJ프리텍을 인수했다. 이씨는 여기서 빼돌린 자금으로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한 뒤 조선기자재 제조업체를 입수하려다 검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현재 레이젠은 상장폐지, KJ프리텍·지와이커머스는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체 피해액은 1000억원,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는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지와이커머스 이외 다른 회사에 미친 피해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