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G20 앞두고 “트럼프는 맞고, 메르켈은 틀리다”

입력 2019-06-28 13:44 수정 2019-06-28 14:1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자유주의 사상을 ‘더 이상 쓸모가 없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는 ‘반(反)난민·이민’ 극우 포퓰리즘 세력에 공감을 표하며 유럽 자유주의의 상징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책망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는 찬사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날인 27일(현지시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하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반 시민들이 이민·국경개방·다문화주의에 등을 돌리면서 자유주의 사상은 그 목적을 상실했다”고 단언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28~29일 이틀간 진행되는 G20 정상회의에서 그가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자유주의는 ‘이민 정책’에서 가장 크게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가 100만명에 달하는 시리아 전쟁 난민을 자국으로 받아들인 일은 ‘심각한 실수’로 규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주의 정책은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미국에 유입되는 이민자와 마약의 물결을 막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자유주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이민자들이 살인을 하고, 강도짓을 벌이고, 강간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들에겐 이민자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주의자들은 그들이 지난 수십 년간 그랬듯 더 이상 그 누구에게 그 어떤 것도 지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사실상 지난 20년간 러시아의 실질적 지배자였던 푸틴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 투표, 최근의 유럽 의회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을 물밑에서 은밀히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원 형태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지지부터 금전적 지원까지 다양하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신화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G20 정상회의에서 회담할 내용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푸틴 대통령과 매우 좋은 대화를 할 것”이라며 “내가 그와 나눌 대화는 당신들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뮬러 전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갖는 첫 만남이라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