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변칙 개봉 논란 “화 0시가 웬말”

입력 2019-06-28 13:26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하 ‘스파이더맨2’)의 개봉일을 놓고 국내 영화계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소니픽쳐스가 배급하는 ‘스파이더맨2’는 다음 달 2일 0시부터 상영을 시작한다. 사실상 월요일 밤부터 스크린에 걸리는 것이다. 이는 국내 관례를 깬 ‘변칙 개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통적인 신작 개봉일은 금요일이었다. 중소 규모 영화들이 최소한의 상영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목요일이나 수요일까지 앞당겨졌고, 대작의 경우에는 특히 수요일 개봉이 일반적으로 굳어졌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27일 성명을 내고 “‘스파이더맨2’ 배급사 소니픽쳐스의 변칙 개봉이 국내 영화배급 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와 경고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일을 넘어 화요일, 즉 월요일 밤 심야부터 극장 개봉을 하는 건 이전 주에 개봉한 영화들이 일주일도 채우지 못한 채 3~4일 만에 스크린을 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에게 최소한의 상영조차 어렵게 만드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한국 극장가의 스크린을 싹 쓸어가다시피 했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에 이어 소니픽쳐스가 한국 극장 개봉일 마저 자신들 입맛대로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배급의 위력을 핑계 삼아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는 극장들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소니픽쳐스 측은 “북미 개봉일(7월 2일)에 맞추기 위해 한국에서도 7월 2일 0시 개봉을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전에 ‘독전’ ‘범죄도시’ 같은 한국영화들도 화요일에 개봉한 전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차를 고려하면 미국보다 한국에서 하루 먼저 개봉하는 셈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독전’ ‘범죄도시’의 경우 석가탄신일 개천절 등 개봉 주 화요일이 공휴일임을 고려해 개봉일을 수요일에서 하루 앞당겼다는 명분이 있었으나 ‘스파이더맨2’의 경우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프로듀서조합 측은 “수요일 영화 개봉은 한국영화산업의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며 “모든 것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영화산업의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선마저 넘으려는 소니픽쳐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