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피부과 원장 행세를 하다 입건된 무명 연극배우의 병원에 6년간 45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11일 의사 면허 없이 피부과 병원을 개설한 뒤 피부 괴사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의료법 위반)로 홍모(61)씨를 입건했다. 홍씨는 6년간 가짜 의사 행세를 했는데, 그간 이 의원을 거쳐 간 환자는 4500명으로 알려졌다.
홍씨에게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극심한 부작용을 호소했다. 보건소와 경찰 등에 따르면 B씨(50)는 3년 전 홍씨에게 주름 제거술을 받은 뒤 얼굴이 퉁퉁 붓고 턱에는 깊은 상처가 생겼다. 피부 속이 모두 타버리면서 다른 피부과에서 지방이식 치료만 세 차례 받았다. 피부 이식도 해야 하는 상태가 됐다. 얼굴에 반점이 생기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경찰이 지금껏 파악한 피해자는 4명이다. 그러나 6년간 홍씨 의원을 거쳐 간 환자는 4500명으로 파악됐다. 홍씨는 자신이 고용한 진짜 의사 4명과 환자를 나눠 시술했다. 상당수 환자들은 원장인 홍씨가 직접 진료해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씨는 무명 연극배우로 12년 전부터 불법 피부미용 시술을 시작했고 6년 전부터 원장 행세를 했다.
시술 부작용 제보를 받고 지난 7일 병원 조사를 나갔던 보건소 직원은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홍씨에게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그러자 홍씨는 “불법 시술은 지난달부터 시작했다”며 무면허 의료 행위를 인정했다.
이후 홍씨는 병원 문을 닫고 잠적했다. 경찰은 홍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4명의 의사들이 홍씨의 무면허 진료를 눈감아줬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