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가 담뱃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은 27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쯤까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원인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발화 지점인 쓰레기 집하장이 불을 사용하는 곳도 아니고 전기장치도 없기 때문에 담뱃불 같은 불씨가 떨어져 화재가 났을 가능성도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합동 감식 결과 쓰레기 집하장에서 발생한 불이 천장으로 번졌다”며 “플라스틱 재질인 천장이 녹아 주차돼 있던 차들로 떨어지면서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와 천장이 같이 타면서 불길이 커졌고, 벽면 일부가 불에 잘 타는 건축재료로 만들어져 벽면이 타고 별관이 전소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학교 4, 5층에 있는 스프링클러의 경우 고장 난 상태는 아니었지만, 건물 외벽의 환기구를 통해 천장 위쪽으로 불이 옮겨붙었고 스프링클러 헤드 감지기를 구성하는 전기선이 먼저 불에 타 작동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경찰은 CCTV를 통해 화재 발생 2~3분 전 누군가 집하장 주변을 드나든 것을 파악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에 누군가 불을 붙이는 모습이 나온 것은 없다”며 “화재 전 집하장 주변을 서성거린 사람을 곧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명초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는 26일 오후 3시59분쯤 119에 접수됐다. 학교 별관 1층 쓰레기 집하장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한 동과 차량 19대를 태운 뒤 오후 4시43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이 화재로 유치원생 12명, 초등학생 116명, 유치원교사 5명, 초등교사 25명 등 158명이 대피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