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거절하니 납치해 성폭행” 감비아 前 대통령의 실체

입력 2019-06-28 00:19
AP뉴시스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전 대통령 야히아 자메가 재임 당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왔다. 자메는 1994년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된 후 2016년까지 22년 동안 집권했다. 그해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퇴진을 거부하다 기니로 망명했다.

미국 CNN 26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국제인권감시기구는 자메가 자신의 관저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이날 밝혔다. 국제인권감시기구와 국제범죄피해자 지원기구 ‘트라이얼’은 자메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3명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납치될 뻔 했던 여성도 있었다. 리드 브로디 국제인권감시기구 관계자는 “야히아 자메는 감비아 여성들을 개인 자산처럼 취급했다”며 “그는 강간과 강제추행을 저질렀고, 법적 처벌 대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메는 일부 젊은 여성들을 ‘의전용’으로 관저에서 일하도록 하고 현금과 선물, 학위 등 여러 특권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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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뉴욕타임스는 2015년 6월 당시 감비아 미인대회 우승자였던 파토우 잘로(23)의 폭로를 보도했다. 그는 자메가 각종 선물 공세를 펴며 청혼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후 라마단 행사인 줄 알고 참석한 자리에서 납치 돼 자메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잘로는 “나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가 얼마나 잔인한 사람이었는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 모든 잠재력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며 “그저 대통령이 불러서 강간하는 피해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날 괴롭혔다”라고 호소했다. 잘로는 성폭행 피해를 입은 후 충격을 받고 은둔하다 인접국인 세네갈로 피신했다. 현재 인권 단체의 도움으로 캐나다에서 보호받고 있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애국전선건설동맹(APRC) 측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