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웃” 밀착한 中·日… 속내와 전망은?

입력 2019-06-28 07:0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일 관계를 ‘영원한 이웃나라’로 평가하며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영토분쟁과 역사인식 문제로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온 양국이 서로를 ‘영원한 이웃 나라’로 규정하는 등 급격하게 밀착하는 모습이다.

중·일 정상은 2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일본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양국 간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G20 정상회의 주최국의 정상인 아베 총리는 “시진핑 주석의 방일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지난해 10월 방중 이후 중·일 관계는 완전히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의 새로운 시대이자 중국도 건국 70주년을 맞는 큰 고비의 해에 시 주석과 손을 맞잡고 ‘일·중 신시대’를 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2013년의 국가주석 취임 후 처음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일 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출발선에 서 있다”며 “아베 총리와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중·일 관계를 구축해가겠다”고 화답했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에게 내년 봄 국빈 초청을 권하기도 했다. 그는 “내년 벚꽃이 필 무렵 시 주석을 일본 국빈으로 초청해 양국 관계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고 싶다”며 시 주석의 일본 재방문을 요청했다. 시 주석은 “좋은 아이디어다. 부디 양국의 외교 당국이 구체적인 시기를 논의해 도모해줬으면 한다”며 적극적으로 방일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일본 NHK방송은 시 주석이 지난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근거로 북한 비핵화와 납북 일본인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중·일의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문제나 중국 인권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제외한 의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과 시 주석이 양국 관계를 ‘영원한 이웃나라’로 평가하며 서로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무역전쟁으로 장기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일본과 가까워질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 역시 한국·북한·러시아 등과의 외교에서 큰 성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국에서 점수를 얻기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분석했다.

다만 중국과 일본이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확실치 않다. 특히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은 민감한 사항이다. 이 섬들은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또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일본의 수정주의 역사관도 양국 관계 개선을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아울러 일본이 역사 문제 등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지지에 기초한 국제적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미국과의 동맹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미·중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