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청년 엽서 해프닝? “교섭장 의견 전달, 뭐가 문제인가”

입력 2019-07-01 00:17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이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이 닷새동안 거리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엽서를 책상위에 올려 놓고 있다. 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 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이틀째 심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 앞서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에게 박스를 전달했다. 김 사무처장은 “5일 동안 거리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 엽서를 받아 왔다”고 말했다.

현장은 술렁였다. 사용자 측은 “이건 최저임금위원회와 관계없는 일 아니냐”며 항의했다. 엽서를 전달한 청년유니온 김병철 위원장과 전화통화로 만났다.

-엽서 배달 퍼포먼스를 하게 된 배경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반대의견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최저임금 인상액뿐 아니라 주요 안건으로 올라와 있는 것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 여부다. 아시다시피 최저임금 인상이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경영계에서 ‘최저임금 급등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고 수많은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위기에 처해있다’며 주요하게 주장했던 것이 차등 적용이다. 규모·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서 소상공인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존재하는 원칙·목표 자체가 최저조건 수준의 삶을 모든 일터에서 보장해주는 제도다.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지급돼야 한다. 차등 적용 시에는 최저임금의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 전달했다.”

-사용자 측의 반발이 있었는데
“노사 교섭 테이블의 장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한다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현장의 반응은
“노동자 위원들은 좋아했고, 사용자 측에서는 난감한 표현을 했고 소상공인 측에서 격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저희가 엽서 전달한 게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전의 최저임금 위원회 때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전달했다. 이번이 첫 번째 사례가 아니어서 회의가 아주 심각한 분위기로 변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26일 최저임금위원회 제 5차 전원회의에서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에게 엽서를 전달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제공

-2020년도 최저임금 적정 인상액은 얼마로 보는가
“1만원을 주요 요구로 삼아왔지만, 실제 지난 2년간 적정한 액수로 인상되기도 했다. 실제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문제들에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저희가 펼쳐나가고 있다. 이런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1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9000원대 진입 정도는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352명의 서명이 모였는데
“인터넷으로 받은 엽서까지 합치면 360명이 넘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신촌, 홍대, 대학로, 신림, 수원역에서 거리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받았다. 자영업자 위기론 탓인지 최저임금에 대한 여론이 안 좋다 보니까 여기에 얼마만큼의 시민들이 반응해줄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캠페인 나가보니까 청년유니온이 내는 목소리에 동의해주시더라. 최저임금 차등적용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캠페인을 함께한 조합원이나 집행부로서는 굉장히 반가웠던 시간이었다.”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나
“어떻게 모든 업종과 직종이 동일한 임금을 적용받느냐. 그 노동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 길고 숙련도가 높은 노동이라면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말의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임금을 어떻게 편성할 것인가는 업종 및 직종에 따라서 달라야 한다. 다만 최저임금 자체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평등하게 지급하되 추가분에 대한 임금을 산업별로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이라든지 산업별노사 교섭이 제도화되고 활성화되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까지 위원회 진행 상황은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의 투표결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반대 17, 찬성 10으로 부결됐다. 이에 대해 사용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무산에 반발해 집단퇴장했고 27일 회의에도 불참했다. 이로써 최저임금 법정기한 27일을 넘기게 됐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로,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기한을 넘겨도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된다.”

신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