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전문가 “미일안보조약 파기되면 日 핵무장 원할 것”

입력 2019-06-27 18: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내비치며 미국의 조약 ‘탈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탈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존해온 일본이 안보 공백을 우려해 군사력 증강에 나설 경우, 이를 경계한 중국도 군사력을 강화해 미국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미·일 안보조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만 표출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무역협상의 전략 차원일 뿐이라는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일 동맹이 부과한 군사력 제한에서 자유로워질 경우 일본은 핵무기 보유를 포함한 군사력 증강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을 불안하게 하고 역내 국가들의 무제한적 무장경쟁 레이스를 야기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6일(현지시간) G20 회의 출국 전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일 안보조약이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일본이 공격을 당한다면 미국은 생명과 재산을 들여 세계3차대전을 치를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공격당하면 일본은 우리를 도울 의무가 전혀 없다. 소니TV로 (전쟁을) 시청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미·일 안보조약 탈퇴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나온 터라 더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측근과의 사적인 대화에서 미·일 안보조약 폐기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약에 일본의 미국 군사지원 의무 내용이 없어 매우 일방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홍콩의 군사전문가 송 종핑은 오히려 “안보조약 폐지를 더 바라는 쪽은 일본이며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제한해왔다”며 “미국이 조약을 탈퇴한다면 일본은 군사력 증강에는 어떤 한계도 없게 될 것이고 이는 중국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필수적인 (미·일) 안보조약을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 국제학부의 군사전문가 콜린 코 역시 미국이 동맹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데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미국의 조약 탈퇴는) 일본이 재무장을 재고하도록 하고 핵무기 보유에도 관심을 가지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는 한국의 핵무장,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강화 등 역내 국가의 연쇄반응으로 이어지고 대만도 이 싸움에 가세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역내 환경이 불안정해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