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자사고 지정 취소에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부산 해운대고는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이 났고 대구 계성고는 재지정에 성공했다. 지역별로 재지정 결정이 잇따라 다르게 나면서 자사고를 둘러싼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2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권한쟁의심판도 법치적인 수단이라고 본다. 불일치를 조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권한쟁의심판을 정부에 반기를 드는 수단으로 볼 필요도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견을 해소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13개 재지정 평가 대상인 자사고의 탈락 적정 학교 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확정돼 있지 않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에 따라 (재지정)평가위원들이 최소한으로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자사고 폐지라는 큰 시대정신의 흐름은 있는 것 같다. 그 틀 안에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서울 13개 자사고의 재지정 여부를 다음 달 10일 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재지정 평가의 세부 영역별 점수 등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다만 “개별학교에 점수를 통보하기 때문에 결국 알려질 것”이라고 했다. 재지정 평가위원 공개 여부는 ‘신상털이’ ‘공정한 업무 수행’ 등을 이유로 비공개 뜻을 시사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해운대고의 운영성과를 평가한 결과, 기준 점수는 70점에 미달했다며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해운대고는 일반전형과 사회통합을 합쳐 지난해 47명 미달, 올해 75명 미달 등 4년째 학생 모집에서 하락세였다. 그러나 해운대고 관계자는 “지정·운영위원들이 시교육청의 의도대로 평가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행정 소송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반면 대구시교육청은 같은 날 대구 계성고에 대해 자사고 재지정 결정을 내렸다. 계성고는 운영성과 평가 결과 78.5점을 받아 기준 점수 70점을 통과했다. 보수 성향 교육감으로 분류되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자사고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계성고 역시 재지정 요건을 충족시켰다는 분석이 많았다. 앞서 보수 성향 교육감이 있는 경북도교육청도 지난 24일 포항제철고와 김천고에 대해 자사고 재지정 결정을 내렸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모두 자사고 재지정 철회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울산 현대청운고와 전남 광양제철고는 해당 지역교육청이 재지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다음 달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강원(민족사관고), 인천(포스코고), 충남(북일고) 등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지역교육청에서 잇따라 재지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