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는 콘텐츠의 힘을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웹툰에서 출발해 공연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끝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서울예술단이 2015년 선보인 창작가무극 ‘신과함께_저승편’이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4년 만에 연작 시리즈인 ‘신과함께_이승편’이 관객을 만났다.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신과함께_이승편’은 주호민 작가가 집필한 원작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 ‘이승편’을 바탕으로 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지난해 1227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과 비슷하다. 재개발 지역 철거민들의 애환을 다룬다.
달동네에서 단둘이 폐지를 주우며 사는 할아버지(박석용)와 손자 동현(이윤우)이. 동네 재개발이 결정되자 철거 용역원들이 들이닥치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가택신 성주(고창석)가 두 사람을 지켜준다. 빚에 시달리던 청년 박성호(오종혁)는 철거 용역 회사에 취직하지만 자괴감에 시달린다.
주호민 작가는 2009년 용산참사를 계기로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 지난 21일 언론 시연회에 참석한 그는 “10년 전보다 세상이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일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재조명해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각색된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원작은 끝까지 암울하기만 한데 뮤지컬에서는 ‘안도’의 정서로 바뀌었더라. 여러 가택신이 사람들을 돌보려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좋았다. ‘나도 이렇게 그릴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만족해했다.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가 고도의 시각효과(VFX) 기술을 앞세운 스펙터클한 볼거리에 집중했다면, 공연은 원작에 내포돼 있는 현실적 메시지를 한층 강화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타인의 터전을 무자비하게 빼앗아버리는, 탐욕에 눈먼 인간과 사회의 모습이 먹먹함을 전한다.
공연은 결국 “함께 살아가자”고 말한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퇴색해버린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원작에서 비중이 작았던 철거 용역 박성호 캐릭터를 부각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목숨까지 바쳐 가여운 인간을 지켜주는 신들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11회에 불과한 짧은 공연이었으나 관객 반응은 뜨거웠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공연 중반까지의 좌석 점유율이 86% 정도로 집계됐는데, 신작 초연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꽤 호응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해외 진출도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일반적인 대극장 공연에서 다루기 어려운 무거운 주제를 건드렸는데, 국공립 단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면서 “다행히 ‘작품의 메시지에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들이 많이 들린다”고 흡족해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