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南은 참견말라”… 북한 가시돋친 담화문 왜?

입력 2019-06-27 16:31 수정 2019-06-27 17:09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왔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읽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북한 외무성이 27일 ‘북·미 대화 문제에 남조선 정부는 빠지라’는 내용의 담화를 낸 데 대해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외교부는 “평화정착 노력을 계속하겠다” “드릴 말씀이 없다” 등의 원론적이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통일부는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와 관련해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며 이런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남과 북,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권 국장 담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별도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최근 북·미 정상 간 ‘친서 외교’ 등을 통해 교착 국면에 빠진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대응은 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남조선 당국자들이 지금 북남 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를 두고 북측이 미국을 향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와는 다른 협상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남한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