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간 기술탈취·불공정거래 막는 범정부 기관 출범

입력 2019-06-27 16:3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상생협력조정위원회 민간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건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막기 위한 범정부 위원회가 출범했다. 검찰 경찰 공정위 특허청이 기술탈취 사건을 조사하기에 앞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정·중재에 나서 당사 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구상이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중재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술탈취와 불공정 거래 행위 당사자 간의 조정과 중재를 유도할 상생협력조정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장을 맡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출범식에 앞서 “그동안 중소기업은 기술탈취 문제로 기술혁신의 의욕을 잃어버렸고 불공정한 수·위탁 거래로 많은 가슴앓이와 억울함을 느껴야만 했다”며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상생협력조정위원회’를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원회에는 중소벤처기업부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 5개 부처 차관급 인사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학계, 법조계 등 9명도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위원회는 이날 1차 회의를 열고 기술 분쟁 사건 관계기관들의 조사 권한 조정을 논의했다. 중복조사를 피하고 민원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기업부담을 최소화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위원회가 먼저 조정과 중재를 권하고 사안에 따라 공정위 또는 경찰과 검찰이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박 장관은 “중소기업이 고소·고발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들어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의 중재 노력에 따라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위원회가 중간에서 또 하나의 심의기관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생기는 것이 된다”며 “중재 과정에서 위원회의 역할과 방향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위탁 거래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 활성화 방안도 논의됐다. 이 제도는 수탁기업이 공급원가 변동에 따라 납품 대금의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위탁기업에 납품 대금의 조정을 신청하거나 협동조합을 통해 위탁기업에 조정 협의를 신청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탁기업들이 수탁기업이 두려워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웠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아무 때나 조정 협의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은 계약금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특정 원재료비가 10% 이상 변동된 경우, 재료비가 잔여 납품 대금의 3% 이상 변동된 경우, 노무비가 잔여 납품 대금의 3% 이상 변동된 때에만 조정 협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