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거주하는 유일한 호주인 알렉 시글리의 행방이 갑자기 묘연해지면서 호주 당국이 확인에 나섰다. 그가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등 외신에 따르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석사과정 재학생인 시글리는 최근 들어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VOA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지난 24일이나 25일 사이에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호주 ABC 방송은 시글리가 실종 상태며 최근 그의 친구가 이 사실을 당국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시글리 가족 측은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이틀 동안 시글리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으며 구금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와 관련, 호주 외교통상부는 “시글리의 가족에게 영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만 밝혔다.
시글리 가족에 따르면 시글리는 동아시아 지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국어와 중국어에 능통하다. 일본어도 어느 정도 구사한다. 2014년 처음 북한을 여행한 그는 지난해 4월 김일성종합대학 조선문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또 어학연수 등 교육 목적의 북한 여행을 주선하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시글리는 올해 3월 영국 가디언에 보낸 기고문에서 평양에 외식 문화가 발전하고 있으며 지하철에는 ‘스마트폰 좀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글리는 지난 24일 트위터에 평양 류경호텔에 내걸린 새 간판 사진을 올렸다. 그는 한국어로 “류경호텔 정문에 걸려있는 새 간판. 간판은 류경호텔의 이름과 상표를 표시하고 있다. 개업 날이 다가오고 있는가?”라고 적었다. 이 트윗 이후 3일 간의 활동 기록은 전혀 없다.
앞서 북한 당국은 2016년 1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의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구금했다. 그해 3월 북한 법원은 웜비어에게 국가전복음모죄를 적용해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했다. 웜비어는 북·미 간 협상 끝에 17개월 만인 2017년 6월 식물인간 상태로 석방돼 고문 의혹이 제기됐다. 웜비어는 결국 석방 엿새 만에 숨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