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 없는 참전영웅’ 문산호 선원 10명, 69년 만에 훈장 수여

입력 2019-06-27 14:34
1950년 9월 15일 경북 영덕군 장사리 앞바다에 좌초한 문산호. <출처=미 해군>

6·25전쟁 당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됐다가 전사한 문산호(LST) 선원 10명이 참전 69년 만에 훈장을 받았다. 이들 10명은 당시 동원된 인원이라는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해 ‘군번 없는 참전 영웅’으로 불렸다.

해군은 27일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문산호 선원 10명에 대한 화랑무공훈장 서훈식을 열고 훈장을 유족에게 전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인수한 문산호는 1950년 당시 교통부 대한해운공사에 소속된 선박이었다. 6·25전쟁 발발 직후 해군에 배속돼 수송 작전 등에 투입됐다.

문산호는 50년 9월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됐다. 이 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적 보급로를 차단하고 북한군 주력부대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산호는 육군 제1유격대 대원 772명을 태우고 경북 영덕군 장사해안에 상륙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공격을 받아 문산호 선장과 선원 11명을 비롯해 장병 130여명이 전사했다.

해군은 2016년 해군 문서고에서 문산호 선원 명단과 전사 기록을 찾아낸 뒤 선원들에 대한 서훈을 국방부에 추천했다. 지난해 고(故) 황재중 선장이 먼저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문산호 선원 이찬석, 이수용, 권수헌, 부동숙, 박시열, 윤은현, 안수용, 이영룡, 한시택, 김일수 10명에 대한 화랑무공훈장 수여가 결정됐다.
장사상륙작전에서 전사한 문산호 선원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해군이 2016년 부산 영도구에 세운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 해군 제공

이수용 선원 아들 이용규(69)씨는 “69년 동안 아버님 유해는 찾지 못하더라도 명예만큼은 꼭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해군에 사의를 표했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군번도 없이 참전해 장렬하게 전사한 선원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은 안보를 튼튼히 세우는 정신적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