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선수가 아니어도 괜찮다.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 시절 앙투안 그리즈만을 찾겠다. 우리는 그간 여러 공격수를 잃었지만 결국 회복했다.”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증된 선수가 아닌 재능 있는 유망주를 키워보겠다는 소신을 드러낸 것이다.
구단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시메오네 감독 말처럼 아틀레티코는 유럽 최고의 유망주로 떠오른 신성을 영입했다. 그런데 그 유망주의 가격표가 매우 높게 붙었다. 시메오네 감독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유망주는 포르투갈 벤피카의 신성 주앙 펠릭스다.
벤피카는 27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펠릭스의 아틀레티코 이적을 발표했다. 공개된 이적료는 1억2600만 유로(약 1656억원).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일 뿐 아니라 역대 몸값 4위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아틀레티코가 지갑을 제대로 풀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펠릭스는 지난 시즌 벤피카 유니폼을 입고 43경기에 출전해 20골 11도움을 기록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에서만 26경기에 출전해 15골 7도움을 올렸다. 재능과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빅리그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이 우려로 꼽힌다. 이제 막 프로 데뷔 시즌을 보낸 선수다. 펠릭스의 몸값으로 지급한 금액이 과도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인 이유는 그래서다. 시메오네 감독과 아틀레티코 구단의 파격적인 결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아틀레티코 재정은 풍족하다. 지갑 안에 현금은 가득 차 있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뤼카 에르난데스는 수비수 역대 최고 이적료 8000만 유로(약 1063억원)를 안겨줬다. 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앙투안 그리즈만 역시 바이아웃으로 책정된 1억2000만 유로(약 1600억원) 이상을 받아낼 가능성이 크다. 그리즈만과 펠릭스의 금전적인 값어치가 같은 셈이다. 아틀레티코 입장에서는 거대한 도박을 했다.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많은 돈을 챙기자 ‘충동구매’를 한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펠릭스를 품기 위해 유럽 굴지의 명문 구단들이 구애를 보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탈리아 유벤투스도 그의 차기 행선지로 꼽혔다. 하지만 아틀레티코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하며 영입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됐다.
그간 여러 공격수가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고 재능을 꽃피웠다. 페르난도 토레스, 세르히오 아구에로, 디에고 포를란, 라다멜 팔카오, 디에고 코스타, 앙투안 그리즈만 등 유능한 공격수들이 끊이지 않고 배출됐다. 그래서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공격수 사관학교’로 통한다. 펠릭스 역시 아틀레티코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펠릭스가 가격 거품 논란을 씻어낼 수 있을까. 다가올 시즌의 활약에 달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