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예탁금 329억원 등 47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 거래소는 ‘수수료 제로’ 등을 표방하며 3만명이 넘는 회원들을 끌어 모은 국내 10위권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은 26일 가상화폐거래소 E사 대표 이모(52)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거래소 회원들이 비트코인 등을 구매하기 위해 예탁한 329억원, 법인고객으로부터 보관 위탁 받은 비트코인 141억원 상당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죄 수익 대부분을 다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식으로 ‘세탁’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수사 기관은 이 돈을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씨는 ‘빗썸’, ‘코빗’ 등 유명 거래소의 시세창을 그대로 가져와 E사 홈페이지에 띄워놓고 거래가 성황인 듯 가장하는 한편, 거래 수수료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해 회원들을 끌어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화폐 붐’이 일었던 때라 회원 규모는 3만1000명 정도까지 늘어났고 직원은 40여명이나 채용했다고 한다. 검찰은 E사가 40여 곳에 달하는 국내 거래소 중 10위권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씨는 회원들로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매수 주문을 받은 뒤 대금을 빼돌리고, 회원 계정에 전산 상으로만 비트코인 등이 구매, 보관되어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식을 썼다. 법인 고객으로부터 보관 위탁받은 비트코인은 개인 고객에게 ‘돌려막기’식으로 지급했다.
검찰 관계자는 “E사와 같은 기만적, 파행적 운영에도 외부에서 이를 파악·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군소가상화폐거래소가 난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동종의 대량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씨가 2017년 블록체인 방식의 신종 가상화폐를 개발한 것처럼 속여 회원들에게 이를 수억 원 어치 판매한 단서를 포착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