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만나지 않지만… 김정은과 다른 방식 대화할 수도”

입력 2019-06-27 08:10 수정 2019-06-27 09: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다른 방식으로 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정상이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이벤트는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헬기인 ‘마린 원’에서 내려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을 타고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로 향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29일 열리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9∼30일 한국을 찾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DMZ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방문 기간 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다른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라면서 “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G20 회의를 마치고 한국을 방문해 하루 정도 머문다”면서 “나는 많은 다른 나라들과 계획된 많은 회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계획이 알려지면서 북·미 정상이 DMZ에서 ‘깜짝 회동’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의제에 대한 조율 없이 북·미 정상이 DMZ에서 만날 경우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또다시 ‘빈 손’ 회동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경호 문제도 DMZ 회동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DMZ 회동은 불발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방식으로 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은 의미가 적지 않다. 북·미 간 물밑조율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의 물밑협상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끊어졌던 북·미 협상의 공식적인 재개만 이끌어내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당국자들이 북한 당국자들과 대화를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의 회동 여부와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내놓을 메시지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정치 스타일을 감안할 때 DMZ 북·미 회동이 물 건너간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