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고 의심해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권희)는 26일 살인혐의로 기소된 박모(27)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이 이뤄진 20분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 칼에 찔렸을 피해자의 고통은 짐작조차 어렵다”며 “유족들은 잔혹한 범행으로 죽어간 사실을 알고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으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가 부모의 이혼 등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고, 전처와의 이혼 과정에서 배신감을 느낀 점을 참작하더라도 박씨를 영구적으로 사회와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박씨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받을 진지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박씨는 지난 1월 6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빌라에서 약 6개월간 만나던 여자친구 A씨(27)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A씨가 자신의 전화와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자 A씨의 빌라로 찾아가 다퉜고,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가 연락을 받지 않는 동안 다른 남성과 술을 마시고 있다고 의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집에 도착해 평소 외워뒀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박씨는 A씨에게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보여줄 것을 강요했다. 그 과정에서 A씨를 수차례 폭행했다. 대화내용을 확인한 박씨는 A씨의 팔과 상체를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평소에도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 심하게 화를 내며 집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친구들에게 두려움을 호소하며 박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