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정부 지원 부족하고 비현실적”

입력 2019-06-26 17:07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지원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의 부족한 지원책으로 고통받은 피해자 4명도 이날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뉴시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박모(58)씨는 적지 않은 자비를 들여 투병하고 있다. 질병으로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된 박씨는 소화가 잘 안 돼 늘 약을 복용한다. 합병증으로 피부에 문제가 생겨 피부과 치료도 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이 같은 병을 얻은 박씨는 정부에 치료비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와는 무관하다”라며 지원을 거부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지원 사례를 발표했다. 부족한 지원으로 고통을 겪는 피해자 4명도 이 자리에서 어려움을 털어놨다.

특조위에 따르면 입원 치료 시 처방받는 수액과 영양제, 장기 투병 환자에게 필수적인 체온계·혈압계 등은 모두 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주어지는 요양생활수당도 최대 월 99만원으로 경제 활동이 어려운 피해 가정의 생계 유지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중증 폐 질환자의 남편 김모씨는 “간병하느라 집이 엉망이 됐다. 피해 지원을 현실에 맞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지원 관련 문제를 9가지로 범주화해 제시했다. 임의로 삭감하는 의료비, 부족한 간병비, 현실적이지 않은 요양생활수당, 치료를 위한 교통비 미지원 등이다. 늑장 행정에 중단된 요양급여, 기준·원칙이 부족한 긴급 지원, 늦고 불충분한 건강 모니터링, 사망 후 도착한 피해 판정 결과도 이에 포함됐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신청자 6446명 중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구제급여)는 중복을 포함해 824명(약 12.8%)에 불과하다”라며 “이들조차도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지원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이어 “실질적인 지원이 될 있도록 정부가 문제점을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