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g 초미숙아 ‘횡경막 탈장증’ 이겨내고 집으로

입력 2019-06-26 15:34 수정 2019-06-26 16:09
어머니 정향선씨(왼쪽)가 퇴원 직전 전호삼 아기를 안고 주치의 정의석 교수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임신 7개월만에 900g으로 태어난 초미숙아가 생존 확률이 극히 낮은 중증 질환을 이겨내고 2개월여만에 부모 품으로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 정의석 교수팀은 왼쪽에 ‘선천성 횡경막 탈장증’을 갖고 27주 5일만에 1㎏ 미만의 ‘초극소저체중미숙아’로 지난 4월 태어난 전호삼 아기가 76일간 집중치료를 끝내고 지난 25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26일 밝혔다.

횡경막 탈장증은 가슴과 배를 나누는 횡경막에 구멍이 뚫려 뱃속 장기(소장, 대장 등)가 말려 올라가 심장과 폐를 압박, 숨쉬기 힘들고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국내에선 연간 100여명이 이 질환을 갖고 태어난다.

산전 검사에서 이 질환이 확인되면 최대한 엄마 뱃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고 36주 이상 됐을 때 출산한다. 출생 후 신생아는 심한 호흡곤란으로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체외산소순환기) 치료가 필요하고 구멍난 횡경막 사이로 올라간 장기를 뱃속으로 끌어내리고 구멍을 막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1㎏ 미만의 초미숙아인 경우 혈관이 너무 얇아 주사 바늘을 넣을 수 없고 에크모 치료도 불가능해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

호삼이도 출생 직후 숨을 쉬지 않고 심장도 뛰지 않아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고 신생아집중 치료의 오랜 전문성과 노하우를 발휘해 아이 치료에 매진했다. 출생 47일째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고 입으로 모유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체중이 2.4㎏으로 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미국소아외과학회지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왼쪽 선천성 횡경막 탈장증을 갖고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중 가장 작은 아기의 체중은 960g으로 알려져 있다. 호삼이는 그 보다 60g이 적게 태어났지만 힘든 치료를 이겨낸 것이다.

어머니 정향선(38)씨는 “셋째 아이가 생겨 가족 모두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생사를 오가는 걸 보고 절망했었다. 아이 건강을 되찾아 준 의료진에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의석 교수는 “현대 의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는데, 생명에 경외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