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치마 입은 남성, 고궁 무료입장 가능해진다

입력 2019-06-26 15:29 수정 2019-06-26 15:33
뉴시스

다음달 1일부터 한복 치마를 입은 남성이나 한복 바지를 입은 여성도 고궁과 왕릉에 무료입장할 수 있다. 성별과 상관 없이 한복을 입었다면 무료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통지를 받아들여 상대 성별의 한복을 착용한 경우에도 무료입장할 수 있도록 궁·능 한복 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정비했다고 26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없도록 개선했다”고 전했다. 이제부터 무료 입장자의 성별구분이 없어지고 한복은 바지와 치마가 아닌 상의와 하의로만 규정한다. 남성이 치마를, 여성이 바지를 입어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 반드시 상·하의는 갖춰 입어야 한다. 두루마기만 걸친 경우는 제외한다.

앞서 문화재청은 한복의 대중화·생활화·세계화·활성화를 위해 2013년 10월부터 궁·능 한복착용자 무료관람을 시행했다. 한복 착용 가이드라인이 없던 초창기에는 전통·개량·퓨전 한복의 구분과 한계를 두고 논란을 빚었다. 2015년 4월부터 남성과 여성 한복을 구분했고 2017년부터는 ‘두루마기만 입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다’ 같은 세부규정을 마련했다. 이때 ‘남성이 치마를 입거나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경우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규정도 명시됐다. 당시 문화재청은 “남성이 한복치마, 여성이 한복바지를 입고 입장하는 것이 보기 싫다”는 대다수 의견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지침이 만들어진 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96명은 인권위에 “궁·능 한복 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은 복장으로 성차별하는 것이며,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진정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9일 문화재청에 개선을 권고했다. 이후 궁능유적본부는 관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시대 변화에 맞춰 성별고정관념에 따른 남성적, 여성적 한복규정을 삭제했다.

이광섭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주무관은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시대변화에 맞춰 성별표현에 따른 차별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