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찢어지고…펜스문 열리고’ 사직구장 신축논의 본격화 필요

입력 2019-06-26 10:10 수정 2019-06-26 10:34
MBC 스포츠 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KT 위즈 강백호(20)가 장기 결장한다. 지난 25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 구장에서 당한 부상 때문이다.

부상 이유가 너무 황당하다. 7-7로 팽팽히 맞선 9회 말 1사 상황이다. 롯데 신본기(30)가 때린 타구가 우익수 파울 라인 쪽으로 날아갔다. 우익수 강백호는 왼손 글러브를 쭉 뻗으며 파울 타구를 잡아냈다. 바로 그 뒤 오른손으로 철망을 잡았다.

강백호는 포구 뒤 오른손을 감쌌다. 피가 흘러나왔다. 그물망 고정을 위해 설치해둔 날카로운 부분에 손바닥이 5㎝가량 찢어진 것이다. 곧바로 교체된 강백호는 부산 시내 병원으로 이동해 진찰을 받았다. 신경과 근육까지 손상됐다고 한다. 부상이 심각해 수술 후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MBC 스포츠 플러스 중계 화면 캡처

이것만이 아니다. 7회 초 KT 공격이다. 롯데 전준우(33)는 강백호가 때린 좌중간 타구를 잡기 위해 펜스에 부딪혔다. 이 순간 펜스는 뒤로 밀리며 열려 버렸다. 자칫 큰 부상이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 구단은 26일 “강백호 선수가 전날 롯데와 경기 도중 심각한 상처를 입은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사고 현장 부분의 즉각적인 보수와 더불어 구장 전체의 안전 점검을 진행해 향후 사고 예방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회성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사직 구장은 1985년 10월 개장됐다. 1986년부터 롯데가 홈구장으로 사용해오고 있다. 벌써 3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번에 문제가 된 외야 펜스로 국한되지 않는다. 관중석 계단은 너무 가팔라 위험하기 짝이 없다. 어린이 혼자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다. 부실한 원정팀 더그아웃 문제는 자주 거론되기도 했다. 비만 오면 새는 물 걱정이 앞서는 구장이다.

물론 대전 야구장이 더 오래됐다. 1964년 1월 개장된 대전 야구장이다. 한화 이글스 홈구장이다. 그러나 대전시는 현 한밭종합운동장을 허물고 새로운 구장을 짓기로 확정 발표한 바 있다. 1982년 개장한 서울 잠실야구장도 수차례 구조변경을 거쳤지만, 시설이 낙후되긴 마찬가지다.

사직구장 시설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축 구장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의 분위기는 다르다. 지방선거 때마다 각 정당 후보들은 신축 구장 문제를 공약으로 발표하지만 당선된 뒤에는 외면하기 일쑤다. 현 오거돈 부산시장 역시 신축 구장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고 신공항 문제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사직 야구장에는 연간 100만 명 안팎의 야구팬이 찾는다. 지역 주민의 축제인 셈이다. 단순한 스포츠 경기로만 바라보는 지역 정치권의 시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축 구장 논의는 요원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