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획일적으로 차등 제공해온 장애등급제가 도입 31년 만에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25일 밝혔다.
장애등급제란 15개 장애 유형별로 의학적 심사에 따라 1~6등급으로 분류하는 제도다. 1988년 도입돼 각종 복지서비스 지원 기준으로 활용돼왔지만, 장애인의 개별적 수요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장애등급제는 폐지되지만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중증)과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경증)으로 구분하는 장애인 등록제도는 유지된다. 앞으로 기존 1~3급은 중증, 4~6급은 경증으로 인정되므로 장애인 심사를 다시 받거나 장애인등록증(복지카드)을 새로 발급받을 필요는 없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등급을 기준으로 지원되던 141개 장애인 서비스 중 23개의 서비스 대상이 확대된다. 폐지에 발맞춰 내년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부터 중증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도 사라진다. 소득이 없는데도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던 ‘비수급 빈곤층’ 같은 사각지대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서비스는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통해 장애인 욕구·환경 등을 고려해 제공된다. 이로 인해 최대 지원시간이 현행 441시간에서 39시간 늘어난 480시간으로 확대돼 최중증 장애인 보호와 장애 유형 간 형평성 있는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수급자가 2~3년간 갱신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일부 지원시간이 감소하거나 탈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다음 갱신조사 전까지 종전 활동 지원 시간을 그대로 인정해 지원수준의 급격한 감소를 막고, 수급탈락 예상자에 대해서는 특례급여를 인정해 최소 47시간은 보장하기로 했다.
첫 종합조사 대상은 8만1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복지부는 내년도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으로 올해(1조35억원)보다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1조200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로의 전환은 장애계의 오랜 요구사항을 수용해 31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장애인 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장애인의 욕구·환경을 고려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