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집배원 총파업이 눈앞에 다가왔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24일 실시한 투표에서 92.87%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25일 밝혔다.
파업은 다음 달 9일부터 시행된다. 우체국은 전국 택배 물량의 8% 이상을 차지하고 우편과 등기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전국 대규모 물류 대란이 불가피하다.
우정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배원 2만8802명 중 2만7184명이 지난 24일 전국 투표소 300여곳에서 총파업 투표에 참여한 결과 92.87%(2만5247명)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4월부터 사측에 상시계약직 집배원 1000명 증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높은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는 사실은 그간 현장 집배원들이 얼마나 과중 업무로 시달렸고 또 분노했는지를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노사와 전문가들로 꾸려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기획추진단)’에서 2020년까지 집배원 2000명을 늘리라고 권고했지만 사측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과로사로 죽어나가는 집배원 동료들을 볼 수 없다”며 총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현장 집배원(전국 총 1만6167명)은 관련 규정상 필수업무 유지를 위해 인원의 25%만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우편 배달의 핵심인 우편집중국 직원(총 5551명)은 65%가 파업 참여가 가능하다. 이 위원장은 “우편집중국에서 소포·우편 분류 작업을 멈추면 현장 업무도 모두 중단될 수밖에 없다. 파업 시행 시 물류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체국은 독점사업인 우편·등기사업 외에도 전체 택배 물량의 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서나 벽지 등에선 민간 기업이 수익이 나지 않아 물량을 우체국에 맡기고 있다.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파업 전 마지막 교섭에 나선다. 다만 이 위원장은 “사측에서 인력 충원 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안(우선 1000명 상시계약직 채용 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 자리에서 노사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9년 연속 지속된 적자 문제로 인력을 충원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집배원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까지 올라갔지만 최종 심사 단계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노조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집배원 과중 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왔지만 파업이 가결돼 안타깝다. 다음 달 9일 실제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남은 기간 동안 노조와의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