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에콰도르서 사망” 검찰 유골함·사망증명서 확보

입력 2019-06-25 09:29
국민일보 DB

검찰이 정태수(96·사진) 전 한보그룹 회장의 사망을 증명할 서류와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5일 “서울중앙지검이 정한근(54)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친인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 진술과 일치하는 사망증명서 등 서류와 증거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정 전 회장의 넷째 아들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체포돼 지난 22일 우리나라로 송환됐다.

정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의 사망을 입증할 자료가 여행가방 등 소지품에 있다고 진술했다. 소지품은 전날 외교부를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외교부는 이 소지품을 검찰에 인계했다.

소지품은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 유골함, 키르기스스탄 국적 위조 여권 등으로 전해졌다. 정 전 회장의 사망증명서는 에콰도르 정부에서 발급된 것으로, 지난해 12월 사망했다는 내용이 위조 여권상 이름으로 작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과 정씨는 모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경제사범으로 지목됐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부도로 국세청 등 금융당국에서 일가족에 대한 재산 압류를 시도하자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한 동아시아가스 자금 3270만 달러를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또 동아시아가스가 매입하려던 러시아 업체 주식을 5790만 달러에 다른 업체로 넘겼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페이퍼 컴퍼니에 2520만 달러로 매각한 것처럼 꾸며 허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1998년 한보철강 비리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고, 21년 만에 두바이에서 붙잡혔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던 2007년 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췄다. 법원은 정 전 회장이 재판에 불응하자 불출석 상태로 2009년 5월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했다.

정 전 회장은 2225억원가량의 국세를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의 사망이 확인되면, 체납 세금은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체납된 세금은 상속되지 않는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