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는 잔류할 수 있을까.
토트넘과 요렌테의 재계약 협상이 더뎌지고 있다. 요렌테는 다음 달 토트넘과 계약이 종료된다. 토트넘에 잔류하지 않는다면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다른 팀에 이동할 수 있다. 34세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이적료 한 푼 없이 영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를 원하고 있다는 팀들은 많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친정팀 애슬레틱 빌바오가 그에게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24일 나왔다. 올 시즌 얇은 선수층 때문에 곤욕을 겪은 토트넘은 젊은 백업 공격수를 원하는 분위기다. 요렌테 역시 지금보다 출전시간을 보장받기 원하는 상황.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요렌테의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요렌테의 활약은 신통치 못했다. 뛸 기회조차 많이 없었다. 38라운드 중 선발 출전했던 경기는 단 6번뿐이었다.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자 토트넘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으로 팬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케인은 요렌테가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요렌테가 뛸 수 있는 경기는 카라바오컵(리그컵),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등 비중이 낮은 대회뿐이었다.
반전의 기회는 지난 1월 찾아왔다. 케인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다.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요렌테의 활약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두드러졌다. 중요한 상황에서 득점을 터뜨렸을 뿐 아니라 측면 공격수들과의 호흡이 훌륭했다.
최전방에서 ‘높이 싸움’을 하며 2선과 측면 공격수들의 연계를 통해 기회를 만들었다. 요렌테가 만들어낸 포스트 플레이나 세컨드 볼 과정에서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가 해결하는 방식은 최근 토트넘이 가진 강력한 공격 루트 중 하나였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8강전,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과의 준결승전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팀의 결승진출을 이끌었다.
케인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토트넘이 요렌테의 가치를 재고하는 듯 보였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난 후 그에게 재계약을 제의할 것이라는 현지 매체의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독일 RB 라이프치히에서 활약 중인 티모 베르너와 잉글랜드 리즈 유나이티드의 신성 잭 클라크 등 다른 공격수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며 요렌테의 재계약은 가장 나중 순위가 된 듯 보인다. 추가적인 공격수 영입을 하지 못한다면 토트넘으로서도 요렌테에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재계약을 제의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렌테는 지난달 초 아약스를 꺾은 후 잔류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나는 남고 싶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토트넘과 요렌테의 동행이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곧 판가름 날 전망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