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후 우울증 앓던 40대 철거민 스스로 목숨 끊어

입력 2019-06-24 10:57
뉴시스

용산참사로 터전을 잃고 수감생활까지 했던 철거민이 목숨을 끊었다.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용산4구역 철거민이었던 김모(49)씨가 23일 사망했다고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4일 밝혔다.

위원회는 이날 공식 페이스북에 “2009년 용산4구역 철거민으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용산참사로 구속되어 4년 여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하여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용산참사 생존철거민 김씨가 6월 23일 세상을 떠나셨다는 슬픈 소식을 전한다”라며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용산참사의 아픔을 기억해주시고 추모의 마음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김씨 가족에 따르면 그는 지난 22일 통화로 괴로운 심경을 토하다 이후 연락이 끊겼다. 가족은 즉시 실종신고를 냈으나 김씨는 이튿날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유가족은 용산참사 말고 다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인께서 수감생활 이후 심한 우울증을 앓아 최근까지 병원을 다녔다”고 전했다.

김씨는 1996년부터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중국집 ‘공화춘’을 운영했다. 2009년 1월20일 남일당 망루에서 철거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김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3년9개월 수감생활을 마치고 2012년 10월 가석방됐다. 출소 이후 모친과 함께 살며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치킨집에서 일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