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은 미친 일이다. 이겨야만 다음 경기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인생을 걸고 싸울 것이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의 말이다. 2019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파라과이와 1대 1 무승부를 거뒀던 지난 20일(한국시간), 탈락 위기를 직감하자 이렇게 말했다.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인생을 걸고 싸우겠다던 메시의 투지가 빛을 발했다. 아르헨티나가 코파 아메리카에서 극적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4일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정상에 섰던 카타르를 2대 0으로 꺾었다. 대회 첫 승을 따내면서 1승 1무 1패(승점 4)를 기록, 콜롬비아(승점 9)에 이어 조 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행운도 따랐다. 같은 시간 콜롬비아와 맞붙었던 파라과이(2무 1패, 승점 2)가 승리했다면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으나 0대 1로 패했다.
메시는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누비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카타르의 집중 견제 속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파 아메리카 사무국은 메시를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했다.
메시는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향한 그는 “새로운 코파 아메리카의 시작이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 카타르전 같은 승리가 필요했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침체돼 있던 선수단 분위기가 승리 한 번으로 완벽히 반전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경기를 치를수록 우리는 성장한다. 이 단계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며 힘겨웠던 조별리그를 회상했다.
한편 파라과이는 25일 C조 3위 일본과 4위 에콰도르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8강 진출 여부가 가려진다. A조 3위 페루는 승점 4를 획득하며 8강 한자리를 꿰찼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