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한·미 정상회담 통화 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파면당한 K 전 주미대사관 참사관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는 대구 대건고 동문들이 최근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열람한 뒤 이를 고교 선배인 강효상 의원에게 전달한 이유로 파면 조치된 K 전 참사관의 징계는 지나치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인사혁신처 중앙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앞으로 보냈다고 23일 보도했다.
매체가 공개한 탄원서에는 “오랫동안 지켜본 K씨는 법을 어길 사람도, 이해에 따라 사람이나 자리를 좇는 사람도 아니다. 설사 일부 실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직자로서 평생 살아온 한 사람의 생명을 끊는 것이라 할 수 있는 파면처분을 받아야 할 상황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문들은 또 “K씨는 주미대사관의 미국의회를 담당하는 참사관으로 근무하면서 고등학교 선배이자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고 성심성의껏 응대했을 것”이라며 “국회의원의 질문을 받고 정부의 입장이나 계획을 설명하고 의원의 비판적 시각과 편향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이런 대화 과정에서 일부 비밀에 해당하는 사안들이 언급됐을 수 있었겠다는 것이 본인의 소명이자 우리들의 판단”이라고 했다.
아울러 “어떤 정치적 상황이나 의도로 한 사람의 유능하고 성실한 외교관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상황이 있어선 안 된다”고 한 동문들은 “K씨가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K 전 참사관도 지난달 28일 변호인을 통해 “국회의원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 강 의원이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굴욕 외교’로 포장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었다.
강 의원은 지난 5월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을 언급해 유출 논란이 일었다. 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말 일본 방문 직후 한국에 들러 달라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기밀유출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합동감찰반은 K 참사관을 현지에서 조사했다. 외교부는 이를 바탕으로 조세영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안심사위원회를 열어 K 참사관과 강 의원에 대한 고발 방침을 정했다. 또 지난달 3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K 참사관에 대해 최고수위 징계인 파면 결정을 내렸다. K 전 참사관은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신청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부장검사 양중진)는 최근 K 전 참사관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조사하고 있다. K 전 참사관이 강 의원에게 또 다른 외교기밀을 유출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형법 113조에 따르면 외교상 기밀누설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외교상 비밀이 군사 기밀 수준으로 보호받고 있어 일반적인 공무상 기밀누설보다 형이 무겁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