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조정 과정에서 이후 재산분할을 더 청구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더라도 연금에 대해서는 분할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김모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연금분할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1997년 결혼한 김씨는 2017년 아내와 이혼하면서 아파트는 김씨가 갖고 부인에게는 1억7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조정 조서를 작성했다. 그러면서 이 조서에 분할 내용을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 위자료나 재산 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합의도 포함했다.
그런데 이후 김씨 아내는 국민연금공단에 ‘김씨의 노령연금을 분할 지급해달라’고 신청했고, 공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한 경우 상대 배우자가 60세가 돼 노령연금을 받고 있고 자신도 60세가 지났다면 상대 배우자의 노령연금 일부를 분할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국민연금법상 ‘이혼배우자 분할연금 수급권’을 따른 것이다.
김씨는 그러나 아내와 합의한 조정 조서 내용에 반한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이혼당사자가 민법상 재산분할청구를 하면서 어느 한쪽 배우자가 자신의 연금수급권을 포기하고 다른 한쪽 배우자에게 온전히 귀속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조정 조서를 바탕으로 한 김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국민연금법상 인정되는 고유한 권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가사 노동 등으로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배우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자는 법 취지를 우선해 봤다. 재판부는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이 국민연금법상 인정되는 고유한 권리임을 감안하면 이혼 시 재산분할 절차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바가 없으면 분할연금 수급권은 당연히 이혼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산분할을 더 청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이혼배우자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자신의 고유한 권리인 분할연금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에까지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