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명 칼럼니스트 “23년 전 트럼프가 성폭행”

입력 2019-06-22 12:12 수정 2019-06-22 12: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여년 전 유명 여성 칼럼리스트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는 “가짜뉴스”라며 부인했다.

21일(현지시간) 발행된 미 시사·문화잡지 뉴욕 매거진은 표지기사를 통해 1995년 말이나 1996년 초 뉴욕 맨해튼의 버그도르프 굿맨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칼럼니스트 E. 진 캐럴(75)의 폭로를 보도했다.

성과 미용, 여성문제 등을 주로 다뤄온 캐럴은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와 플레이보이 객원편집장, 패션잡지 엘르 편집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우리는 무엇을 위해 남자들이 필요한가?: 조심스러운 제안’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다음 달 초 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에서 트럼프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남자들’이라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 매거진은 일부 내용을 미리 발췌해 실었다.

트럼프에게 봉변을 당한 날 캐럴은 백화점에서 그와 우연히 마주쳤으며 서로를 각각 ‘조언하는 숙녀’와 ‘부동산 재벌’로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당시 캐럴은 NBC방송의 케이블 채널에서 자신의 칼럼을 바탕으로 한 ‘E. 진에게 물어보세요(Ask E. Jean show)’라는 문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캐럴은 트럼프가 어떤 여자에게 줄 선물을 사러 왔다며 조언을 요청해 응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와 혼인 상태였고, 선물하려던 상대 여성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뉴욕 매거진은 덧붙였다.

속옷 매장에서 트럼프는 레이스가 달린 보디수트(원피스 수영복 스타일의 전신 속옷)를 골라 캐럴에게 입어보라고 권했고, 캐럴은 농담조로 트럼프에게 대신 입어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탈의실에 다다르자 상황이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게 캐럴의 진술이다. 캐럴은 트럼프가 자신을 탈의실 안쪽 벽에 밀어부치고 성폭행을 시도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캐럴은 트럼프를 뿌리치고 백화점을 빠져나온 뒤 언론인인 친구 2명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말했지만 신변의 위협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한 친구는 “함께 가줄 테니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지만 다른 친구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그냥 잊어. 그(트럼프)에게는 변호사 200명이 있어. 널 묻어버릴 거야”라며 말렸다고 캐럴은 회고했다.

캐럴은 뉴욕 매거진의 표지모델로 나서면서 사건 당일 입고 있었다는 옷을 착용했다. 검은색 코트형 원피스 차림에 팔짱을 끼고 정면을 노려보는 캐럴의 사진 옆에는 ‘이게 내가 23년 전 버그도르프 굿맨 탈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당할 때 입고 있던 옷’이라는 설명이 큼직하게 인쇄돼 있다. 캐럴은 사건 이후 처음으로 이 옷을 입었다고 뉴욕 매거진은 설명했다. 자서전에서 캐럴은 이 옷에 대해 “내 옷장 문 뒤에 여전히 걸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성명을 통해 “증거도 없는 가짜 뉴스”라며 “그런 여성을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