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수리하는 자비량 목회자 “기타 무상 수리해 드립니다.”

입력 2019-06-21 17:54

기타 악기 판매를 통해 자비량 목회를 하는 한 개척교회 목회자가 기타를 무상으로 수리해주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섬김의교회 구인수(43) 목사다.

그에게 기타 수리는 섬김이다. 하나님을 섬기고 교회를 섬기고 성도를 섬기는 여정 가운데 하나다. 그는 부목사 1년을 포함해 10여 년 목회했다. 2년은 목회를 쉬었다. 고민이 있었다. 성도들 헌신의 의미, 중요성을 누구 보다 알았지만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헌금하라고, 주일에 종일 교회에서 봉사하라고 강제하는 것 같았다.

구 목사는 헌금 순서를 없애고 자비량 사역을 하기로 했다. 예배 횟수도 줄였다. 기타 수리하는 일을 그때 만났다. 아내가 고장 난 기타를 하나 주워왔다. 이를 고치려고 애쓰면서 기타 공방을 알게 됐다. 기타 수리가 매력적이었다.

“고장 난 기타를 수리하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고치시는 것 같고, 목회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구 목사는 기타 수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서울 연희실용전문대에 입학, 악기 제작 및 수리 기술을 배웠다.


기타에 관심을 두다 보니 기타의 도매가와 소매가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교회일수록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타를 많이 사용한다. 구 목사는 좋은 기타를 합리적으로 교회에 제공하고 싶어 기타 공장들을 알아봤다. 그래서 판매까지 하게 됐다. 또 기존 통기타에 앰프를 설치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굳이 큰 비용을 들여 새 기타를 사지 않도록 앰프가 달린 어쿠스틱 기타를 만들어줬다.

또 “정말 좋은 기타, 우리나라 기타 장인이 만든 기타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구 목사는 파주의 기타 장인으로 불리는 장성철씨에게 기타 제작을 배웠다. 판로를 만들어 주면 더 좋은 기타가 제작되고 유통될 것이었다. 교회도 유익이었다.



기타 무상 수리는 그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섬김이다. 그는 “개척한 지 1년도 안 된 교회 목사로서 최선을 다해 섬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더 다양한 방식으로 악기와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교회들을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