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음식을 주제로 칼럼을 쓰며 이름을 알렸던 주영욱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살해당한 사실이 알려진 뒤 필리핀 방문에 대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필리핀이 위험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니 방문을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온 반면, 다른 편에서는 ‘필리핀=위험지역’ 딱지는 과도한 일반화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필리핀 마닐라에 거주하고 있는 현지 교민 A씨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오늘 한국 언론 보도를 접하고 주영욱씨가 살해당했다는 걸 알았다”며 “이곳 한국인들이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고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큰 동요는 없는 편이다. 필리핀을 지나치게 위험한 곳이라고 낙인찍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필리핀 현지 여행사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주씨 살인사건 때문에 필리핀 여행 일정을 취소한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또 현지 교민들이 있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도 평온하다”며 “한국 네티즌들이 걱정하고 있듯이, 필리핀에서 단순히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에 위협을 느끼고 그런 상황이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이 201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필리핀 체류자 수 대비 피살자 비율은 중국인, 인도인, 미국인, 영국인, 일본인 순이다.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의 수가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인 피살 사건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논문은 한국 언론이 필리핀 한인 피살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필리핀이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물론 필리핀이 유럽 등지에 비해 치안이 불안한 나라인 것은 맞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공개한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인(현지 교민·관광객 포함) 46명이 필리핀에서 피살당했다. 이는 두번째로 많은 한국인 피살 사건이 벌어지는 미국의 2배에 가까운 숫자다.
경찰 부패 등 고질적 문제와 함께 필리핀이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라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한국경찰복지학회는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필리핀의 경찰은 약 10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관계로 강력사건이 발생하는 등 치안 환경이 열악하며 민간인들이 자체 경비를 고용하여 경찰력을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현지 경찰들이 부패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또 총기 소지가 합법화된 나라이기 때문에 범죄 가능성이 더욱 큰 것 같아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