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이사회가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누진제 개편안을 보류시켰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려고 했던 정부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한전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민관 태스크포스(TF)가 제시한 전기요금 개편 최종 권고안을 토대로 심의를 진행했지만,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의결을 보류했다. 한전은 조만간 다시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권고안이 이날 한전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이르면 다음 달부터 새로운 누진제를 시행하려던 정부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냈던 한전은 추가적인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누진제 개편에 난색을 보여왔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는 3개 개편안 가운데 여름철 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누진 구간 확장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내놓았다. 여름철마다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불거지는 걸 막자는 취지였다. 해당 권고안대로라면 기온이 평년 수준(2017년 기준)일 때 1541만 가구가 여름철 전기요금에서 월평균 9486원을 아낄 수 있다.
정부는 누진제 손질로 국민의 전기 요금 걱정을 덜어준다는 입장이지만, 한전이 떠안는 손실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 누진제 할인에 따라 수천억 원대 손실을 봤다. 최종 권고안이 통과되면 올해에도 2500억~2800억 원 가량의 요금을 할인해줘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일부 지원할 방침이지만 아직 뚜렷한 방안은 없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한전에 대한 지원방안을 추진했지만 해당 예산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의 경고도 한전에는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이 한전에 적자를 강요한다며 지난달 한전 강남지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만약 이사회가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개편안을 의결한다면, 소액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전은 이사회가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로펌에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