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컬러링(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을 ‘유레이즈미업(You raise me up)’으로 바꿨습니다. 여기서 ‘you(당신)’는 국민입니다.”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상조 실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공식 인사말로 “문재인정부는 혁신적 포용 국가 건설을 위해 소득주도·혁신성장·공정경제 3대 축으로 국민 모두 함께 잘사는 사람 중심 경제의 길을 가려 한다”면서 “물론 예정된 정답은 없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도기에 굴곡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건 당연하다”면서 “선언적 정답·만병통치약을 고집하는 거야 말로 실패를 자초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인사말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김 실장이 자신의 컬러링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오늘 아침 컬러링을 ‘유레이즈미업(You raise me up)’으로 바꿨다”며 말을 뗐다. 이어 “당신의 어깨에서 저는 더 강해질 것입니다. 당신이 저를 일으켜 세울 때 혼자일 때 보다 강해질 것”이라며 가사를 해석했다. 그러면서 “‘유(you)’는 국민이다. 저는 국민의 격려와 지원 위에서만 간신히 일어설 수 있는 미약한 사람”이라며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실장은 휴대폰 컬러링으로 자신의 정책 의지나 메시지를 표현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공정거래위원회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2019년 1월부터 미국 듀오인 사이먼앤가펑클의 노래 ‘침묵의 소리(The Sounds of Silence)’를 컬러링으로 쓰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 노래는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이른 새벽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이 35분 동안 잔혹하게 폭행을 당한 뒤 사망했지만 주민들 중 아무도 나서지 않은 사건이다. 사이먼앤가펑클은 노래에 ‘사람들은 대화를 하지 않고 떠들기만 하죠. 경청하진 않고 흘려들을 뿐. 아무도 이 침묵의 소리를 깨트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요’라는 철학적 가사로 자신과 무관하면 방관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공정위원장이었던 김 실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둘로 쪼개져 같은 한국말을 쓰지만 소통자체가 불가능한 사회로 되돌아간 것 같다”면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해야 한다. 떠들지만 말고 대화하고, 흘려듣지 말고 경청하자는 바람에서 이 노래를 컬러링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직전까지 쓰던 컬러링은 록밴드 비지스의 ‘잊지 말아요*Don't Forget To Remember)’였다. 지난해 10월 김 실장과 각별한 사이였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청와대를 떠날 때부터 사용했다. 프랑스혁명을 노래한 알 스튜어트의 ‘베르사유 궁전’을 컬러링으로 쓰기도 했다. 이에 “재벌개혁은 혁명이 아니라 진화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