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정책 또 갈팡질팡, 이란 공격 승인했다가 돌연 취소

입력 2019-06-21 14:57 수정 2019-06-21 16:13
미국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No war(전쟁은 없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점점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정책을 놓고 갈수록 갈팡질팡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드론(무인정찰기)을 격추한 이란에 보복공격을 승인했다가 돌연 철회했다. 미군 전투기와 함선이 공격대기 상태에 들어가는 긴박한 상황도 연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가 돌연 철회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참모진과 군 관계자과 함께 이란 공격 가능성을 논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장은 군사 대응에 찬성했다. 반면 국방부 관료들은 중동 주둔 미군의 안전을 염려하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쯤 이란 공격을 승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곧 공격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군사 작전은 이미 초기 단계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이란 공격에 참여할 전투기가 이미 공중에 떠 있었고 전함도 배치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갑자기 공격을 취소했는지 혹은 향후 공격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 등의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호르무즈해협과 가까운 남부 호르모즈간주의 자국 영공에서 미군의 정찰용 드론 RQ-4 글로벌 호크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격추된 드론이 이란 영공을 침입하지 않았으며 이유 없는 공격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20일(현지시간) 이란 영공을 침입한 미군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RO-4A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군은 이란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진은 미군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드론 이동 경로와 격추 위치. AP뉴시스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 정책을 놓고 갈팡질팡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시리아 파병 미군을 30일 이내에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가 완전히 소탕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전장에서 안전하게 철수시키려면 시간이 지나치게 촉박했다. 게다가 IS는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격퇴 선언 후로도 수개월을 더 저항했다. 군내의 반발이 만만찮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 결정에 반발해 사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철수시한을 4개월로 연장했다. 충동적인 결정 후 이를 철회한 것이 이번 사건과도 닮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공격을 승인했다가 돌연 철회했다. 신화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행정부 내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한 지점으로 이끌고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톰 코튼 상원의원도 대이란 군사대응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측근들이 이란에 강경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의 변덕스럽고 예상 불가인 대치 상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에게 둘러싸인 비둘기처럼 보일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