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선택한 마무리 내린 양상문’ 만루홈런으로 자멸하다

입력 2019-06-21 09:15 수정 2019-06-21 10:53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지난 20일 대전 경기 9회말이다. 롯데는 9회초 제이콥 윌슨의 병살타에도 1점을 추가하며 7-3으로 앞서 있었다. 5연승이 눈앞에 있었다.

손승락은 8회말에 이어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위 타순인 6번 타자 지성준과 7번 타자 정진혁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양상문 감독의 선택은 마무리 투수 구승민이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8번 타자 변우혁에게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그리고 9번 타자 노시환에게 희생 플라이를 허용했다. 1실점했다. 여기까지는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한 점을 주긴 했지만 아웃카운트와 맞바꿨다.

1사 1,3루 상황에서 한화 1번 타자 정은원은 구승민의 3구를 때렸고 힘없이 투수쪽 방향으로 흘렀다. 그러나 구승민은 달리던 정은원의 머리쪽으로 공을 던졌다. 뼈아픈 실책이다. 3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왔고, 1사 2,3루 위기 상황이 계속됐다.

다행히 2번 타자 강경학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제라드 호잉이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가 뒤로 빠졌다. 폭투다. 3루 주자는 홈인했고, 주자 2루 상황이 전개됐다. 호잉은 2B2S 상황에서 헛스윙했다. 그러나 공은 포수 안중열 가랑이에 맞고 1루 방향으로 튀었다. 한 타자를 상대하며 2개의 폭투가 나왔다.

양 감독은 박진형을 긴급히 마운드에 올렸다. 호잉이 2루를 훔치며 2사 2,3루가 됐다. 3B1S 상황에서 양 감독은 손가락 4개를 펴보이며 자동 고의4구를 지시했다. 그리고 다음타자 이성열에게 초구를 맞아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구승민은 뼈아픈 폭투 패배의 트라우마가 있긴 하다. 지난 12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경기에서 3-3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오지환을 3구 만에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포수 나종덕은 뒤로 공을 빠트렸고, 결국 ‘스트라이크 낫아웃 끝내기 폭투’라는 진기록을 세운 바 있다.

물론 제구력이 나쁜 롯데 투수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이를 블로킹하지 못한 포수들에게도 비슷한 무게의 책임이 있다. 그런데 자신이 선택한 마무리 투수를 끝까지 믿지 못하고 중간에 내린 양 감독의 투수 운용은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마무리 투수는 패배하든 승리하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보직이다. 앞선 실수를 문제삼아 자신이 선택한 마무리 투수를 교체해 버린다면 누가 자신있게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겠는가.

1B 상황에서 교체됐던 제이크 톰슨이나 1B2S에서 마운드에서 내려간 김건국도 있었다. 감독이 선수를 믿지 못한다면 그 팀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게 롯데의 현실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