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인정찰기 격추한 이란에 트럼프 경고 “큰 실수했다”

입력 2019-06-21 05:35 수정 2019-06-21 10: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미국 무인정찰기 격추와 관련해 “이란은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이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다(Iran made a very big mistake!)”는 짧막한 문장을 올렸다. 이는 이란의 무인정찰기 격추사건 후 처음으로 이란을 언급한 발언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란 국영TV는 이날 혁명수비대(IRGC) 성명을 인용해 이란 남부 영공에서 미국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1대가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IRGC는 성명에서 “이란 영공을 침범한 미국 드론 RQ-4 글로벌호크를 호르모즈간주 쿠흐모바라크 상공에서 격추했다”며 “미군 드론은 식별 장치를 끄고 비밀리에 비행하는 등 국제항공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그 어떤 외부침입에도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분명하고 결정적인 메시지”라며 “이란은 그 어떤 나라와도 전쟁을 원치 않지만 언제든 전쟁에 응할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에 따르면 미군 드론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새벽 0시14분에 발진해 이란 남부 항구도시 차바하를 향해 비행했다.이 드론은 영공을 침범한 후 정보 수집과 간첩 활동을 벌이다 4시간 만인 오전 4시5분쯤 혁명수비대 소속 대공미사일에 격추됐다.

미국은 드론이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는 주장에 대해 즉각 부인했다. 중동지역을 관활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 해군의 해상광역정찰 무인기가 국제공역인 호르무즈해협 상공에서 작전하던 중 이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격추됐다”며 “무인기가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란의 주장은 거짓이며 이는 미국 정찰 자산을 겨냥한 부당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양국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외신들은 무력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무인정찰기 격추 사건이 이란과 그 우호세력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자칫 잘못 계산하면 무력충돌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행동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고 전하면서 이 자리엔 최근 사의를 표명한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과 신임 국방장관 대행 지명자인 마크 에스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드론의 격추 지점이 군사 충돌이 가장 우려되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편대를 걸프지역에 조기 배치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양측은 무력 시위 성격의 훈련과 구두 위협에만 그쳤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발생한 유조선 공격 사건 이후 일주일 만에 무인기 추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2척 피격 사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을 피격 배후라고 지목했지만 이란은 미국이 벌인 자작극이라고 반박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