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보습학원 원장과 검찰이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원장의 경우 2심에서 대폭 감형을 받았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5)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한규현)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전날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3일 이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감형 근거로 들고, 직권으로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적용했다. 폭행·협박이 없어도 13살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했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대법원 양형기준은 징역 2년6개월에서 5년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는 “법정형 중 가장 낮은 형량”이라며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문을 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현재까지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7일 설명자료를 내고 “공소사실에 관한 직접 증거는 영상녹화물에 포함된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데, 영상녹화물만으로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찰 진술 증거가 부족해 검사에게 권유해 피해자를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출석하기 힘들다는 의사를 피해자 변호사가 전해 증인 신문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형사소송법은 ‘원 진술자가 사망 등에 준해 진술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데 1심은 이런 점을 간과해 피해자 어머니 진술을 유죄 근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또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면 공소장 변경 신청이 없는 한 무죄 선고해야 하지만, 형사소송 목적에 비춰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 판단해 미성년자의제강간을 유죄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검찰이 모두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A양(당시 10세)을 집으로 데려가 음료수를 탄 소주 2잔을 먹이고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뒤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보습학원 원장으로 평소 채팅앱에 접속해 여성들과 대화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는 “키가 160㎝에 이르는 A양이 만 13세 미만인 줄 몰랐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보습학원 원장으로 학생들을 자주 접하는 이씨가 피해자와 2시간가량 술을 마시면서 10살에 불과한 아이를 성인으로 착각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