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 유력인사의 지인 및 친척 12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이 첫 재판에서 ‘점수 조작을 지시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합격과 불합격 선에 애매하게 걸쳐있던 지원자를 합격시킨 건 사기업의 재량’이라는 주장이다.
서울남부지법은 19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과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 김상효 전 KT 인재경영실장, 김기택 전 KT 상무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다.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나머지 피고인 3명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서 전 사장 측은 “공소 사실은 대체로 인정하지만 법리적인 측면에서 의문이 있다”고 했다. ‘사기업’ 채용에서 업무 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툴 예정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전 회장 변호인 측은 공소 사실과 법리적인 측면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향후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한다는 의미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 후 기자들에게 “사기업의 채용 과정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원자의 등급을 조작해 합격시킨 게 아니다. 합격과 불합격선에 걸친 지원자 중 일부를 합격시킨 건 사기업 재량 범위에 들어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검찰 공소 사실도 일부 부인한다. 다른 피고인들은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부정 채용했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이 전 회장은 그런 기억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주 일부는 이 전 회장이 외부에서 청탁을 받아 인사실에 이름을 건넨 적은 있지만 이후 합격 여부를 보고받은 적은 없다. 채용을 강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김성태 의원 딸에 대해서는 “김 의원 딸이 KT에 근무하는지도, 정규직 채용에 응시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서야 알았다는 게 이 전 회장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 등은 2012년 상·하반기 대졸·고졸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총 12명의 성적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부정 채용해 회사의 정당한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김 의원의 딸이 서류전형과 적성검사를 건너뛰고 인성검사에서 불합격 점수를 받았는데도 합격시키는 등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김 의원 외에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정영태 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부사장뿐 아니라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허범도 전 의원, 이 사건 수사 책임자인 권익환 검사장의 장인 손모씨 등도 지인이나 지인의 자녀, 친자녀 등의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3일에 열릴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