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내년부터 자체 암호화폐인 ‘리브라(Libra)’를 시장에 내놓는다. 메신저로 송금과 수금을 할 수 있고 청구서 지불이나 대중교통 이용까지 할 수 있는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현지 매체들은 페이스북이 신설 자회사인 칼리브라를 통해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전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내년부터 메신저와 왓츠앱 등에서 리브라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사용자만 24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시장에 가세할 경우 시장 지형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게 WSJ의 전망이다.
글로벌 카드회사인 마스터카드와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케피탈 안데르센 호로위츠 등 20여개 업체가 창립 멤버로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각각 1000만달러(약 118억5000만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정식 서비스에 들어가는 2020년까지 최소 100개 업체가 동참할 것으로 전망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발표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브루노 르메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이 유럽1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리브라는 기존 화폐의 대체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리브라는 주권통화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르메이어 재무장관은 오는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G7재무장관 회담에 앞서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등 G7 중앙은행 총재에게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에 관련한 보고서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고서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자금세탁, 테러자금 악용 등 리브라의 부작용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중앙 은행인 잉글랜드 은행 마크 카니 총재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 심포지엄에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카니 총재는 “국경을 넘어 송금 가능한 기술에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G7과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다국적 국제기구와 함께 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도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독립적인 비영리 기구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에 암호화폐 관리를 맡길 예정이다. 정부 발행 통화 바스켓(기준환율 산정을 위해 가중치에 따라 선정된 통화 꾸러미)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암호화폐 가치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