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발전소의 건설을 두고 주민투표를 했다. 투표권자 1/3이 투표를 했고, 유효투표 중 97%가 반대했다. 당신이 만일 지방자치단체장이면 어떻게 하겠는가?
주민소환법 22조에 의하면 1/3이상 투표와 그 중 과반수 찬성이면 통과다. 민의와 그에 따르는 결과가 두려워서라도 발전소 건설을 재고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의외인 곳이 있다. 인천이다. 동구다. 그런 주민투표 결과를 받아보았다. 대규모 광장 시위가 벌써 몇 달간 6차에 이르렀다.
시청 앞에 텐트를 치고 3주 넘게 단식농성하는 시민도 있다. 그런데 업체는 공사를 밀어붙일 태세이고, 시와 구는 원만한 해결만 이야기하고 있다.
주민투표로 분출된 압도적인 민심이 ‘유령’ 취급을 받고 있다. 주민 외 어느 측도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식 명칭이 주민직접 여론조사이고 참고 조사였다는 전제가 이유란다.
왜 그렇게 물러서지 않을까 추정해 본다.
첫째, 인천에 모두 10여개의 수소발전소가 예정되어 있다. 동구에서 실패하면 다른 지역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행정절차가 대부분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무산될 경우 손해배상을 다투는 송사가 있을 수 있고, 지자체가 패소하면 지자체장에게 구상을 청구한 예도 있다.
발전소 건설보다 더 큰 주민투표 사안은 없다. 주민의 안전과 건강이 달렸기 때문이다. 전북 부안군의 핵폐기장이나 경남 남해군의 화력발전소가 주민투표를 통해 무산되었다.
하지만 경북 경주의 핵폐기장은 오히려 주민투표를 거쳐 유치했다. 외국 예도 있다. 오스트리아는 이미 1978년 주민투표로 원자력발전을 폐기하기로 정했다. 그에 반해 대만은 작년 주민투표로 원자력발전소를 계속하기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을 줄이는 정책으로 화력발전이 늘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작년에 비해 10%이상 늘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이 대안이란다. 하지만 비용이 크고 발전량이 불규칙해서 전체 전력의 20%를 넘기면 안 된다.
그래서 수소가 대안으로 급부각됐다. 전국에서 기존시설을 이용해 쉽게 만들 수 있다.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부생수소다. 천연가스를 물에 섞어 분해하면 생긴다. 추출수소다. 그리하여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소는 95%가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화력발전보다는 덜하지만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3%, 에너지 수입액이 100조원이다.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연료전지 발전은 원자력이나 화력에 비해 비싸다.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 눈에 보인다.
수소경제를 다른 나라도 추진하고 있지 않느냐고? 결이 다르다. 공해가 없는 편이다. 예를 들어 독일, 호주나 노르웨이는 태양열, 풍력이나 수력으로 만든 잉여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저장한다.
독일은 2011년 재생에너지 발전이 20%에 달하면서 버려지는 전기를 활용해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든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아베총리가 “우리는 수소사회로 가겠다.”고 했다. 일본은 수소를 외국서 사온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외국에서 태양열 등으로 만든 수소를 들여와 그 수소로 전기를 만들 계획이다. 수소만 있으면 공기와 만나 물과 전기만 생기지 그 외에는 다른 어떤 공해도 생기지 않는다.
최근 수소가 폭발했다. 강릉, 광양 그리고 노르웨이에서도 폭발했다. 그 가공할 위력은 처참한 현장을 통해 드러났다.
또 수소연료전지 발전은 여전히 공해를 일으킨다. 지금 건설이 임박한 인천 동구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는 2천여 세대가 넘는 아파트와 불과 200여 미터 거리다. 발전소 건설 소식에 아파트 값이 폭락하고 있고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법에 100MW이하의 발전소는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내 최대의 화성 수소연료전지발전소도 58MW 밖에 안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대부분의 수소발전소라는 시설이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주택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앞으로의 궁극적인 에너지원은 수소”라고 했다. 세계의 미래위원회 격인 스위스의 다보스포럼은 수소위원회도 구성했다.
바라건대 우리나라도 수소를 청정하게 만들기 바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적극 노력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성공을 바란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수소발전소는 안전이나 공해 문제를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발전소를 감내할지 말지는 주민의 몫이다.
인천 동구 주민들의 주민투표를 존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