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3개 끓여 불려 6인분으로 먹고’…직업학교 동기생 때려 숨지게 한 4명에게 살인죄 적용

입력 2019-06-18 14:00 수정 2019-06-18 14:30

‘주차장에서 봉을 흔들며 번 돈 75만원은 어딨지? 나는 라면을 3개 끓여 불려 6인분으로 먹고 청소를 해’.

자극적 랩뮤직의 한 소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노래 가사의 슬픈 사연이 가슴을 저미게 하고 있다.

직업학교에서 만난 동기생을 장기간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A군(19) 등 10대 4명이 가해 과정에서 부른 실제 노래 가사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랩으로 피해자를 놀린 것도 모자라 물고문까지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광주북부경찰서는 18일 모 직업학교 동기생이자 친구 B군(18)을 때려 숨지게 한 A군 등 4명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19일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 직후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된 이들의 잔혹한 폭행과정이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폭행을 당해 온몸이 붓고 멍이 든 피해자를 랩으로 가사를 만들어 놀렸다. 심지어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에 따라 ‘다발성 손상’으로 판명된 부검결과와 피해자가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5차례에 걸쳐 찍은 가해자들의 휴대전화 사진, 동영상, 폭행 도구 등을 근거로 살인죄 적용을 결정했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상해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은 가해자들에게 공갈과 공갈미수 혐의도 함께 적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B군이 백화점 주차장 안내 아르바이트로 번 돈 75만원을 빼앗아 과자 등 간식을 사먹는 데 썼다고 경찰은 밝혔다.

A군 등은 B군을 2달여간 상습 폭행하다가 지난 9일 새벽 1시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원룸에서 숨지게 한 뒤 렌터카를 타고 달아났다가 전북 순창경찰서에 자수했다.

이들은 당시 B군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자 이불을 덮어둔 채 옆방에서 2시간동안 도주방법 등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A군 등이 세면대에 물을 담고 B군의 얼굴을 강제로 집어넣는 등 가혹 행위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노예’처럼 B군을 혹사시켰다”며 “심하게 때린 다음 날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얼굴이 부은 B군에게 ‘맞아서 부어 눈도 뜨지 못한다’고 랩 가사로 놀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가해자들을 엄벌해달라는 국민청원에는 현재 2만7000여명이 참여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